🔖 작은 사건들, 평범한 것들은 부서지고 재구성된다.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다. 갑자기 그것들은 한 이야기의 빛바랜 뼈대가 된다. 그렇대도 소피 몰이 아예메넴에 왔을 때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하나의 견해에 불과하다. 한편으로는, 몇천 년 전에 시작되었다고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오기 훨씬 전에. 영국이 말라바르를 점령하기 전에, 네덜란드가 지배하기 전에, 바스쿠 다 가마가 오기 전에, 자모린 가문이 캘리컷을 정복하기 전에. 포르투갈인들에 의해 보라색 가운을 입은 시리아인 주교 세 명이 살해되어, 가슴 위에 바다뱀들이 똬리를 틀고 엉클어진 턱수염에는 굴을 붙이고 바다에서 떠오르기 전에. 마치 기독교가 배를 타고 들어와 우러난 차처럼 케랄라에 스며들기 훨씬 전에 그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고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는 ‘사랑의 법칙’이 만들어진 그날들에서 시작되었다고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가 사랑받아야 하는지, 어떻게 사랑받아야 하는지를 정한 법. 그리고 얼마나 사랑받아야 하는지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현실적인 세상에서, 현실적인 목적을 위해…
🔖 그는 누구였나? 그는 누구일 수 있었나? ‘상실의 신’. ‘작은 것들의 신’. ‘소름과 문득 떠오르는 미소의 신’.
그는 한 번에 한 가지만 할 수 있었다. 그녀를 만지면 말을 걸 수 없었고, 그녀를 사랑하면 떠날 수 없었고, 말을 하면 귀기울일 수 없었고, 싸우면 이길 수 없었다.
🔖 쌍둥이는 너무 어려서 이들이 역사의 심복일 뿐이라는 것을 몰랐다. 계산을 분명히 하고, 역사의 법칙을 깬 사람들에게서 벌금을 걷기 위해 보내진 자들일 뿐이다. 원초적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완전히 비인간적인 감정에서 행해진 일일 뿐이었다. 이제 시작 단계인, 아직 인정되지 않은 두려움 - 자연에 대한 문명의 두려움, 여성에 대한 남성의 두려움, 힘없는 자에 대한 힘있는 자의 두려움에서 생겨난 경멸감.
복종시킬 수도 신격화할 수도 없는 것을 파괴하고 싶다는 잠재적인 남자의 충동.
‘남자들의 욕구.‘
에스타펜과 라헬이 그날 아침 목격한 것은, 비록 그때는 몰랐지만, 지배권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을 보여주는, 통제된 조건(어쨌든 전쟁도, 집단 학살도 아니었다)에서 진행된 임상 실험이었다.
구조. 질서. 완전한 독점을 추구하는 본성. ‘신의 의도’로 가장한 채 어린 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인간의 역사였다.
그날 아침 일어난 일에 우연은 없었다. 우발적인 것도 없었다. 노상강도도 개인적인 보복도 아니었다. 한 시대가 그 시대를 살고 있던 이들에게 자신을 각인시킨 것이었다.
실연(實演)중인 역사.
🔖 나중에도, 이날 이후 이어진 열세 번의 밤 동안에도, 본능적으로 그들은 ‘작은 것들’에 집착했다. ‘큰 것들’은 안에 도사리고 있지도 않았다. 자신들에게는 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었다. 미래도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작은 것들에 집착했다.
그들은 서로의 엉덩이에 난 개미 물린 자국을 보고 웃었다. 잎사 귀 끝에서 미끄러지는 어설픈 애벌레에, 혼자서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뒤집어진 딱정벌레에. 강에서 늘 벨루타를 찾아내어 물곤 하는 작은 물고기 한 쌍에. 유난히 더 경건하게 기도하는 자세를 한 사마귀 한 마리에. ‘역사의 집’의 뒷베란다 벽의 갈라진 틈에서 살며, 쓰레기들-말벌 날개 한 조각. 거미줄 일부. 먼지. 썩은 잎. 죽은 벌의 빈 흉갑-로 몸을 가려 위장하는 작은 거미 한 마리에. (…)
그들은 덧없는 것을 믿어야만 함을 알았기에 거미를 선택했다.
‘작음’에 집착해야만 함을. 헤어질 때마다 서로에게 단 하나의 작은 약속을 얻어낼 뿐이었다.
”내일?"
"내일.”
그들은 하루 만에 모든 것이 바뀔 수도 있음을 알았다. 그 점에서는 그들이 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