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화장은 항상 이상했다. 이유를 생각하자면…… 내 화장은 그냥 ‘여자’처럼 보 이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하루가 달리 예뻐지는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여자가 되는 기술이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난 그 기술을 몰랐고, 그래서 우리 무리 중에서 나만 여자가 아닌 듯했다. 내가 나의 화장을 화장이라 부르지 않고 ‘여장’이라 부른 이유도 거기에 있 었다. 여자애들은 특정 시기에 모두 여장을 배운다. 그걸 잘 해낸 애들은 더 이상 본인이 하는 걸 여장이라 생각하지 않게 되지만, 나처럼 못 해낸 애들은…… 평생 ‘여장 여자’로 살아야 한다.
🔖 “선생님, 약이 나를 공격한다고 생각하는 병은 어떤 약을 먹어야 나을까요?” 마침내 나는 아픈 것과 미친 것과 슬픈 것을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하나가 된 감정의 다음은 공포였다. 아프고 미치고 슬픈 내가, 나를 외로이 죽게 놔둘 것 같아 겁이 났다. 지구가 돈다고 말했던 사람 코페르니쿠스는 죽는 날까지, 아니 죽은 후에도 광인 취급을 받았다.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돈다는 주장이 신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고 공들여 해명할수록 그는 점점 더 광인이 되었다. 그때 코페르니쿠스는 외로움을 느 꼈을까? 그는 천재였기에 광인이 된다는 것과 외로워지는 것이 하나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외로움을 각오하면서도 광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외롭지 않고자 광인이 되는 것이라고 믿던 나는 지동설을 처음 알게 된 중세 가톨릭 신자처럼 커다란 충격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