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베카 솔닛은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에서 이렇게 썼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물건처럼 이용되고 버려지거나, 쓰레기처럼 그려지거나, 침묵하거나, 아예 안 나오거나, 무가치하게 그려지는 책을 많이 읽으면, 그 경험은 분명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내가 사랑하는 장르에 나와 같은 얼굴을 지닌 사람들이 등장하지 않거나 혹은 지극히 단편적으로만 그려지는 것은, 게다가 그 장르가 대부분 미래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N. K. 제미신은 처음에는 단지 “내가 쓰는 소설에서 나 자신을 제외시킬 수는 없어서” 작품에 흑인 캐릭터를 넣어 왔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등장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백인 남성이 고뇌하고, 위기를 해결하고, 세상을 구하며 미래로 가는 이야기들을 줄기차게 소비해왔다(그리고 그게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기까지도 꽤 오래 걸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을 읽으며 그 만족감, 그 통쾌함을 마음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뭐 그런 부분은 떼어 놓고서라도, 아주 매력적인 이야기들이다. 내가 가장 좋았던 단편은 <폐수 엔진>. 다른 단편에 비해서도 유독 가볍고 귀여운 로맨스의 형태를 하고 있는데, 영상화되어도 멋질 거라고 확신한다. 두 캐릭터에 몇몇 좋아하는 흑인 여성 배우의 얼굴들을 집어넣어보며 상상해봤다. 앞으로 내가 점점 더 많은 얼굴들을 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 SF와 판타지 그리고 그 업계에서 뿜어 내는 인종차별과 내가 스스로 내면화한 인종차별에 맞서 얼마나 치열하게 싸워야 했는지. 내 민족에게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깨닫고 얼마나 무서웠는지. 그리고 마침내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내가 보고 싶은 미래를 자아내기 시작하자 얼마나 흐뭇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