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나는 다양한 기본소득 실험이 우리가 어떤 세계에서 살고 싶은가(혹은 살 수밖에 없 는가)를 질문하는 과정이 되길 바란다. 인류학자 제임스 퍼거슨은 기본소득을 (토지에서 데이터까지) 지구의 공유부에 대해 모두가 요구할 수 있는 정당한 몫으로 인식하고, 국민의 자격을 묻는 성원권이 아닌 현존presence에서 이 몫의 근거를 찾는다. 그들이 우리에 속하기 때문(one of us)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기 때문에(among us), 적극적 환대보다 사회적 의무감에서 이뤄지는 분배는 인류학자들의 현장연구에서 곧잘 발견된다. 사회적 의무란 “‘인류애’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의 문제”이며, 공동의 생존을 위해서는 짜증이 나더라도 타인에게 곁을 내어줄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 기초한다.* 퍼거슨, 「지금 여기 함께 있다는 것」 토머스 위들록에 따르면 이 의무감은 물리적 존재와 연결된 특정한 취약성,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통렬한 인정을 기초로 한다. 인간이 어차피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존재라면, 기본소득은 이런 인간들 사이에서 개인적 자율과 상호의존을 배양하는 공유적 실천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기본소득을 ‘공생배당’이라 불러도 좋겠다. ‘우리’와 그들’을 필사적으로 구분하는 대신, 곁에 왔으니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공생의 숙명을 인정하는 것. 이런 풍광은 사실 드문 게 아니라 매일의 일상에서 흔하게 펼쳐진다. 자극적이지도, 거창하지도 않아서 연구자나 기자의 시선이 가닿지 않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