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림길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갈라진 사람들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은 순진한 발상일 뿐이다. 이러한 논의가 정치적으로 확고한 입장을 가진 사람 사이에서 마침내 통하리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 정치적 관점이 성향에 따라 형성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제대로 활용한다면, 정치적 반대자를 이해하고 최적의 정치 체제를 설계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정치 심리의 본질과 깊이를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유익한 이유는 이 행성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와 다른 제2의 정치 성향을 배우는 일은 본래의 정치 성향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깊이 통찰하도록 돕는다.
(…)
정치적 설득력을 유지하고 더욱 다듬어야 하는 주된 이유는, 정치 성향이 반대인 사람을 설득하 려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들의 입장에서 보는 것도 유익하겠지만 말이다. 그보다는 정치 성향이 거의 없다시피 한 수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합리적인 주장과 새로운 증거에 실제로 반응할 가능성이 큰 사람들이다.
그리고 당신과 반대되는 정치적 입장을 고수하는 사람들에게 귀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를 권한다. 설득이 불가능한 사람을 바꾸려는 시도를 통해 왜곡된 만족감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이러한 노력은 부질없을 뿐 아니라 전반적인 정치 분위기를 오염시키는 경향이 있다.
💬 유전성이 얼마나 강력한가에 촛점을 맞춘 이야기들이 너무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고(그걸 누가 모르나🤷) 정치 성향의 유전성에 대한 연구는 그에 비해 빈약함. 이렇게 많은 텍스트를 읽고도 저 간단한 명제가 안 받아들여진 건 또 오랜만임. 그리고 현 세대의 정치성향의 생성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결국은 정체성 정치인데 그냥 진보다 보수다 가지고 모든 걸 이해하려는 게 말이 되나 싶음. 10년 전쯤 처음 나온 책인데 이렇게 옛날 책 같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극화가 되어버린 걸 그냥 받아들이자, 그게 해결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리자 라는 결론에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함. 문제는 (약간 동성애 후천성 논쟁이랑 똑같은 건데 나는 유전이냐 환경이냐를 아예 벗어나야 한다 라는 입장이라서) 개인 단위의 정치성향이 어떻게 형성되었냐 라는 질문이 더 이상 중요하지도 않고 해결책에 대한 힌트도 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임. 그래서 아종이라 할 만큼 달라져버린 너와 내가 같은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어떻게 할 건데? 라는 질문이 가장 중요하고 아무도 답을 모르는 “그” 질문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