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 죽었습니다. 함장님. 하지만 함장님도 그 정도는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집에 가보니, 아버지와 어머니는 침대에서 돌아가신 후였습니다. 뭔가를 복용한 것 같았습니다. 내가 좋아하던 여자를 찾아갔는데, 그녀도 죽어 있더군요. 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실수였습니다. 개도 고양이도 새도 전부 다 죽은 것 같습니다. 그것 말고는 모든 게 예전 그대로입니다. 잠수함을 빠져나온 점,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집에 와서 기쁩니다.” 그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내 차도 있고 휘발유도 구했습니다. 보트와 외부에 장착하는 모터도 있고, 낚시 장비도 있어요. 게다가 날씨까지 좋네요. 호주에서 9월까지 사는 것보다 내 고향에서 이렇게 끝나는 편이 더 좋습니다.”

💬 종말이 당장 다음 주에 떨어지는 운석이 아닌 마치 다음 계절처럼 천천히 다가올 때 사람들에게 어떤 평화와 어떤 혼란이 찾아오는가? 정원을 정성 들여 가꾸고, 경주 대회에서 트로피를 따고, 낚시철을 억지로 당기고, 이미 죽었을 것이 분명한 지구 건너편 가족들의 선물을 고르고, 그런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동시에 절대 오지 않을 미래를 받아들인다는 것. 이들이 하는 것은 현실 부정인가 아니면 반대인가. 멀리서 온 신호는 생존자가 아니라 고작 창문을 삐걱대게 하는 바람일 따름이었지만 그럴 줄 알면서도 가서 확인해야만 했다. ‘그럴 줄 알면서도’ 하는 모든 것들을 생각해보자. 살아 있는 존재라곤 없는 고향을 자기 눈으로 보기 위해 남은 몇 달의 삶을 포기한 군인이 날씨가 좋다고 말하는 그 장면을, 아주 오래 상상하게 될 것 같다.